이 책은 영문판 원제가 더 멋있다. 원제는 'Markets Never Forget', 번역하면 '시장은 잊지 않는다'. 주린이를 위한 주식 투자서를 추천하면 꽤나 자주 나오는 책이다.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자 하는 주린이라면 일반적으로 한국 저자보다는 외국 저자를 골라라.
책이 주장하는 바 자체는 그렇게 특이할 것은 없다. 사람들은 기억력이 나빠서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일은 과거에도 일어났고 무사히 지나갔다는 것을 '시장은 잊지 않았다'는 것이 큰 주제다.
심리학을 배운 입장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기억력이 나쁘다기 보단, 편향이 있다고 해야 정확하겠지만 이건 심리학 책이 아니니까. 책은 저자 켄 피셔가 워낙 글을 잘 쓰고, 과거 사례를 가져오는 것이 논리적이라 볼 가치가 있다.
이 책은 2011년에 나왔는데 당시는, 아니면 당시에도, 비관론이 팽배해있었다. 켄 피셔는 00년, 90년에도 10년과 똑같은 걱정이 있었지만 모두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기였지만 어떻게 잘 넘어갔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위기가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비관적이었던 것이란 사실을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설명하는 부분이 일품이다.
지난 10년 간 미국 주식은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느끼겠지만 21년에 이 책을 읽으면 현재 사람들이 10년 전과 동일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요즘 사람들이 '지난 10년 간 미국 주식은 너무 가파르게 올랐어! 이제 곧 버블이 터지고 약세장이 시작될거야!'라고 말하는 것을 (켄 피셔가 저 책을 집필했던 10년 전과 다르지 않게) 여기 저기서 들을 수 있다. 정말 그럴까?
이 그래프는 1928년 이후로 S&P 500 지수의 연간 수익률을 나타낸 표다. 켄 피셔의 책에는 없는 2020년까지의 데이터가 있다. 지난 10년을 보면 물론 꽤나 좋은 수익이었고, 00년대에 비해서는 훨씬 훌륭하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과거로 가보면 90년대나 80년대도 10년대 많큼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역시 사람은 잊지만 시장은 잊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작성한지도 2년이 넘게 흘렀다. 당시에 우려하던대로 약간의 하락이 왔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2024년 2월 14일 현재 S&P500은 전고점을 경신한 4953.17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