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보글은 1975년 뱅가드 그룹에서 인덱스 펀드를 처음 만든 사람이다. 인덱스 펀드는 이전까지와 달리 ‘시장’을 추종하는 첫 펀드다. 이 책은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인 존 보글이 직접 인덱스 펀드 투자의 유용성을 설파하는 책이다.
인덱스 펀드가 뭐죠?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는 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등 특정 기업의 주식을 산다. 하지만 어느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지 예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삼성전자가 10년 뒤에도 여전히 훌륭한 주식인지 쉽게 답할 수 있을까?
개별주를 선택했을때는 시장 위험 뿐 아니라 개별 종목의 위험에 노출된다. 결국 좋은 주식을 선택하는 것Stock Picking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든 주식을 소유해 시장 그 자체를 가져가겠다는 것이 인덱스 펀드의 발상이다.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던 인덱스 펀드
펀드매니저들은 항상 ‘자신은 오를 주식을 고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펀드매니저가 주식 종목을 고르는 펀드를 액티브 펀드라고 부른다.
좋은 주식은 고를 수 없다는 인덱스 펀드의 지론이 펀드매니저들에게 공격 받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펀드매니저는 인덱스 펀드가 주식을 잘 몰라 종목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일반인에게는 낫지만 액티브 펀드를 이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결과는 어떨까? 존 보글이 첫 인덱스 펀드를 내놓은지 40년도 지났다. 많은 자금이 액티브 펀드에서 인덱스 펀드로 넘어갔다. 존 보글이 창시한 뱅가드 그룹은 기존 액티브 펀드 1인자였던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를 넘어섰다고 여겨진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바로 그 피터 린치가 마젤란 펀드를 운영하던 회사다. 존 보글 또한 책에서 인덱스 펀드를 지속적으로 앞지른 유일한 펀드매니저로서 피터 린치를 언급한다.
2021년 이 책을 읽고 나는 모든 투자를 인덱스 펀드를 사용한 패시브 투자로 바꿀까 고민하였다. 대신 나는 책에서 보글이 제안한 것처럼 계좌를 나눠 액티브와 패시브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장기 투자의 위대함과 비용 절감
인덱스 펀드 자체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존 보글이 지겨울 만큼 반복하는 비용 절감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액티브 펀드가 인덱스 펀드에게 지는 가장 큰 이유도 수수료라고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30-40년 장기 투자하게 되면 차이가 크다고.
지금 나는 뱅가드 그룹의 VOO를 가지고 있는데 이건 수수료가 0.03%로 가장 싼 편에 속한다. 문제는 나스닥을 추종하는 QQQ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수수료가 0.2% 정도다. 비싼 건 아닌데 책을 읽고 나니 수수료가 더 싼 VOO에만 투자해야하는게 아닐지 고민.
2024년 현재 나는 VOO만 가지고 있고 QQQ는 매도하였다.
존 보글식 인덱스 펀드 투자법
존 보글은 해외 주식을 펀드에 넣지 않는다.
최초의 인덱스 펀드는 S&P500 지수를 추종했다. 그러나 현재는 전세계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인덱스 펀드도 있다. 존 보글도 책에 언급하지만 본인은 해외 주식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인은 달러로 생활하는데 해외 주식을 추가하여 환위험에 노출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매번 나가는 나의 아까운 환전 수수료를 생각하면 그럴 듯하긴 한데 문제는 내가 한국에 살면서 미국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라는거다.
존 보글은 소형주를 굳이 넣지 않는다.
S&P500의 500대 기업이 아니라 미국 시장의 모든 주식을 사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보글은 S&P500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실제로 S&P500의 500개 기업이 전체 시총의 85% 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존 보글은 섹터 인덱스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헬스케어, 기술주, 항공주 등 특정 섹터의 주식만을 모은 인덱스 펀드도 존재한다. 전체 시장 인덱스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려는 노력이지만, 결국 개별주 투자와 마찬가지로 종목 선정의 위험으로 시장에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존 보글은 레버리지 및 ETF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ETF 자체는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모두 가져갈 수 있지만, 팔아서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기에 장기 투자에 불리하다고 한다. 장기 투자할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비슷한 이유로 레버리지 ETF는 수수료도 높고 단타를 유도해서 별로라고 한다.
2024년 현재 대부분의 원칙을 지켰다. 유일하게 지키지 않은 부분은 ETF로 인덱스 펀드를 투자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머지는 모두 지키고 있다. 소형주, 섹터,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는 여태까지 매수한 적이 없다.
주식 선택 vs 인덱스 펀드
개인적인 고민이다. 피터 린치는 대표적인 주식 선택형 투자자다. 그는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수익이 나길 기대한다. 존 보글은 그러한 주식 선택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겼다. 주식에 투자한다면 모두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전반적인 느낌은 피터 린치는 낙관적 성향이 강하고 존 보글은 위험을 굉장히 경계하는 타입이라는 것. 보글은 미래 주식 시장 성장율은 이전보다 낮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예상한다.
나는 둘 다 좋아하는데 아직 결론을 못 내렸다. 이성적으로는 인덱스 펀드인 것 같지만 개별주를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결국 나는 포트폴리오의 절반은 인덱스 펀드로 구성하고 나머지 절반은 개별주로 구성하는 식으로 절충한다. 조금 더 투자를 하다보면 딱 정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2024년 현재까지 나의 액티브 투자 수익률이 패시브 투자를 앞서 나는 액티브 투자를 그만두지 않았다. 처음에는 동일한 비중으로 운영했지만 액티브 투자의 수익이 약 2배 높았다. 현재 나는 포트폴리오의 50% 가량을 액티브 투자로 운용하고, 25% 가량만 패시브 투자로 운용한다. 나머지 25%는 여유 현금 비중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정한다.
좋은 책을 망치는 번역의 질
보글의 투자관은 훌륭하다. 책은 정말 좋은데, 문제는 번역의 질이 아주 좋지 않다. 위의 글을 보라. ‘우리나라’라고 하면 존 보글의 모국 ‘미국’을 생각하지 누가 역자 및 독자의 모국 ‘대한민국’을 생각할까? 책에서 보글이 괄호 설명을 한번도 안한 것도 아닌데… 이 역자는 (역주: ) 표시를 쓰는 법도 모르는 것일까?
또한 '..을 떠올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참고자료로 사용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부분은 쓸데없는 사족이다. 훨씬 간결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고 전부 빼버려도 문제가 없다. 이외에도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읽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았다.
마치며
이 책은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이 직접 쓴 책으로 저자의 훌륭한 투자 철학을 공유한다. 평균 회귀와 위험 분산을 기본으로 한 인덱스 펀드 투자. 장기 투자의 중요성. 그에 따른 비용 절감의 필요성. 모두 동의한다. 투자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으나 안타깝게도 번역의 질이 매우 낮다. 영어에 능한 사람은 원서를 읽기를 권한다.